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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호주제 폐지 후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가?
글번호 2 등록일 2003-09-16
등록자 운영자 조회수 378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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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정보화담당(webmaster@hotline.or.kr)

신분등기란 무엇인가?

어느 나라든지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개인의 신분변동 사항(출생, 혼인, 사망 등)을 기록하는 신분증명방법이 있다. 즉, 신분등기란 국가가 국민을 위한 행정적인 서비스,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 맺기라고 이해해야한다. 필자는 더 이상 호주제 폐지에 대하여 찬반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매우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은 호주제 폐지 후 어떤 방식의 대안이 있고 어떤 방향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언급하려고 한다.

호주제 폐지 후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가?

호주제 폐지 후 대안으로 가족부(부부공동대표제)와 개인별신분등록부(일인일적제)가 언급되고 있는데 가족부는 '결혼한 부부'와 그들의 자녀가 기본으로 편제되므로 결국 결혼여부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미 결혼한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가족외에도 일인가족, 한부모 가족, 재혼에 의한 복합가족, 미성년 가장가족, 비혼모 가족, 동거가족, 동성애자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이성간의 결혼한 가족형태를 구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행 호주제가 존치되고 있는 상황이나 만약 호주제 폐지 후 가족부가 시행된다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호주제 폐지의 궁극적인 목적이 가부장적이며 획일화된 이성간의 혼인중심(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가족형태를 지양하고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가족부는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이성간의 혼인만이 정상가족이라고 정의하는 분들의 생각을 존중한다. 그것도 소중한 가족의 한 가지 형태이니까. 그러나, 그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형태도 다른 이들에겐 정상가족의 또 다른 정의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호주제 폐지문제가 단순히 남녀의 자리싸움이 아니라는 이유가 이것이다. 좀더 근본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남녀의 '성 따르기'도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물론, 필자도 성씨 때문에 고통 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마姓'도 따를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는 것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며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음을 인정한다. 궁극적으로는 성(姓)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의식전환도 필요하고 말이다. 하지만 정상 비정상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며 어떤 형태의 가족도 공적으로 법적으로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호주제 폐지 문제에 가장 근본적이며 올바른 접근 방식일 것이다.

개인별신분등록부의 당위 : 가족관계를 개인의 신분관계로 국가의 公簿(공부)에 등록할 필요는 없다!

호주제 폐지 후 대안 중의 하나인 가족부가 대표(기준인, 부부공동대표)로 다른 구성원을 편제시키는 것에 반하여 개인별신분등록부는 말 그대로 개개인이 기준이 되어 편제되는 신분등기방식이다. 개인별신분등록부에서 본인의 신분등록부에 기록돼야 할 것은 출생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생부, 생모가 기록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출생증명, 결혼증명도 따로 관리한다. 국가기관의 공부에 자신의 가족관계를 등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세금이나 사회보장 문제로 부양, 피부양 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있을 때는 필요한 사람들만 해당 관서에 등록하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공시해 등기하지 않는다.(사생활침해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부는 신분등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되어 있다.

가족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족부의 장점(?)으로 가족과의 친족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것은 신분등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분등기가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 맺기라고 이해한다면 왜 특정한 개인에 있어서 가족의 범위가 법적으로 확정되어야 하는지(현행 호주제에서도 그렇고 가족부에서도 이성부부중심으로 결정짓지 않았는가) 가족관계가 공시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는 내가 누구와 가족을 구성하든 말든 그것은 나의 자유에 속한 문제이며, 그에 관해 국가는 물론이고 제삼자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비밀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가족부에서는 가족과의 친족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고 마땅히 드러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이 지점에서 묻고싶은 점이 있다.

" 내가 누구와 가족인지 왜 공시해야 하는가? "

좀더 솔직하게 언급하자면 '가족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증명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한 호주제 폐지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신분등기에 관해서 착각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심지어 호주제 폐지 후 대안으로 개인별신분등록부(일인일적제)를 주장하는 몇몇 분들마저도 이 착각에 빠져있다. 개인별신분등록제를 하면서도 친족, 가족관계는 공시되거나 검색이 가능해야한다고 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무엇을 위한 호주제 폐지인지 잊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개인별신분등록부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는 나다!"일 뿐이다. 이것이 개인별신분등록부의 당위다. 진정한 개인별신분등록부는 친족, 가족관계는 공시되지 않으며 검색기능조차 없어야 한다. 나의 신상정보(가족관계 등)는 철저히 내가 관리할 수 있어야지 이것이 공시된다는 것, 제 삼자(그것이 국가라고 할지라도)에 의해서 신상정보 파악 내지 검색의 여지가 있다는 것,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본권의 침해다.

98년 7월 24일 대법원 제3부(주심 송진훈 대법관) 국군 보안사(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된 판례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당시 대법원의 판결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 헌법 17조(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

정보수집(친족관계 공시)자체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정보유출여부문제(보안강화)를 논의하기 전에 이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지난 8월22일 법무부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현행 가족단위 호적을 대신해 국민 개개인의 신분을 등록하는 개인별 신분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8월 27일 전후로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9월4일 입법예고되었습니다.) 이 개정안대로 통과된다면 ‘호주' `가족'의 개념은 민법상에서 사라지게 되며, 따라서 여성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호주가 바뀌는 일이나, 자녀가 호주를 승계하는 일 등이 사라지게 된다. 실질적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해 움직여야 할 국회가 호주제 폐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호주제 폐지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국회의원만이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다!)에 비해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특히 가족부를 버리고 개인별신분등록부를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전향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에서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조항으로 , 부부가 합의할 경우 어머니의 성을 따르거나, 이혼,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가정법원 결정에 따라 새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성(姓)선택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지 않았다고 본다.(남녀의 姓따르기가 호주제 문제의 근본적인 핵심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는 그 원칙자체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또한 대안으로 선택한 개인별신분등록부의 방식도 문제점이 보인다. 법무부가 제안한 방식은 개인의 기록부에 개인의 출생, 혼인, 사망, 입양 등 신분 변동사항과 함께 부모, 배우자, 자녀가 기록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행 호적제도에서도 공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자녀의 존재 여부 신분관계 등을 공시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개인별신분등록의 당위는 가족관계를 개인의 신분관계로 국가의 公簿(공부)에 등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호적전산화 작업으로 인해 신분정보 편제 관리 시 전산화된 개인별 신분정보 데이터 베이스를 어떻게 묶어서 분류하느냐에 따라서 현행 호주제 처럼, 혹은 가족부, 개인별신분등록부로 서비스가 가능하므로 이는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실무적인(인권, 윤리의식이 배제된 행정 편의적인)판단일 뿐이다. 설령 호적전산화로 인해서 이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검색방식은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 이런 검색은 필요한 당사자만이 그런 방식의 검색이 필요한 이유가 입증되었을 때만(친자확인, 재산상속문제 등)허락되어야 한다. 최근 NEIS로 인한 논란은 새삼 우리들에게 정보만능주의의 위험함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호적전산화, 개인정보의 데이터 베이스작업은 필요한 작업임에는 분명하나 무엇이 우선인지 분명히 인지해야한다. 인권을 위한 정보화가 이뤄져야지 인권이 배제된(인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정보화는 경계해야한다.

다시 한번 국회의원들의 동참을 촉구한다!!

한편으로는 필자의 이런 주장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법무부가 제시한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재 호주제 폐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암담하기만 하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호주제 유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고, 민주당은 아예 호주제 문제에 대한 당론이 없고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들 상당수가 견해를 밝히지 않은 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의원 15명중 4명만이 찬성이었고 반대 의원은 3명이었으며, 외유 중인 1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견해 표명을 유보했다.(8월23일자 한겨레신문) 국회법제사법위가 호주제 폐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90년 민법개정 때도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은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원래 가족법 개정안을 수정했다. 호주상속을 호주승계로 바꾸었고, 호주승계포기(민법 제991조), 일가창립규정(민법 제787조) 신설이라는 미봉책으로 호주제를 존치시켰다. 이제 국회의원들도 예전처럼 국민정서를 핑계 삼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도 호주제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며 폐지에 뜻을 모으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국회의원들이 호주제 폐지에 걸림돌 역할을 자처한다면 이번에는 의원님들이 자주 사용하시는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의 뜻으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호소한다. 지금 이 순간 호주제로 인해서 비정상으로 사회적으로 각인되어 또 다른 차별을 받고 상처입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제 기다릴 수 없다. 호주제를 당장 폐지하고 민주적이고 양성 평등한 신분등록방식을 도입하라!!!

이 칼럼은 숙명여대 대학원신문(9월 8일자)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또한 이 칼럼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 여성의전화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여성의전화는 호주제 폐지를 지지하며 대안으로 개인별신분등록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별신분등록제를 실현하는 방식에서 필자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점에 대해서 제 칼럼을 읽는 독자여러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C)한국여성의전화연합 200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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