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판단기준 현실화한 대법원 판결 환영한다
- 초등학교 테니스코치에 의한 성폭력 사건 민사소송 판결에 부쳐
2021년 8월 19일, 성폭력 피해자의 민사소송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소멸시효 판단 기준을 현실화한 대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초등학교 시절 테니스코치에 의해 지속적인 성폭력 피해를 겪은 피해자가 14년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PTSD를 진단받은 시점을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로 보고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 민사소송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시점을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며,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제까지 성폭력 사건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하여 법원은 ‘불법행위를 한 날’을 범행이 발생한 날로 좁게 해석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는 관계에서 발생하고 피해를 바로 드러내기 어려운 성폭력의 특성상 성폭력 피해자가 형사소송을 통해 어렵게 가해자를 처벌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소멸시효라는 장벽에 막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로 본회에는 아동·청소년기에 성폭력을 당했으나 성년이 된 후에도 짧게는 10여 년부터 길게는 40여 년이 지난 시점에도 분노와 고통을 호소하며 법적 해결 방법을 문의하는 상담이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현실화한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사람의 권리구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판결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 더욱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청구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돈’과 결부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사회의 인식 또한 바꾸어 나가기를 바란다.
2021.08.19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