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월 5일) 광주지방법원 형사 2부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사회적 공분으로 재수사가 이루어졌던 인화학교 강간치상사건의 가해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징역 7년보다 5년이나 높은 형량으로, 피해자가 장애 및 위계관계로 인해 저항이나 피해 사실을 알리기에 취약하단 점을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고, 이후 신체?정신적 충격으로 학교를 자퇴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받은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은커녕 범행을 부인한 가해자의 죄질이 극히 불량함을 고려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렸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결과가 7년의 시간 동안 사회적 공분을 얻은 끝에야 얻어진 것이라는 점에서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동안 사법부는 성폭력 범죄와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노력 없이 ‘객관성’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증거유무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왔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간과되고 그 고통은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이 환영받아야 할 점은 재판부가 피해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재판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는 데 있다. 피해자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법률조력인제도’를 활용하여 변호인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제출한 법정심리보고서에 따라 지적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피해자가 질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술 할 수 있도록 보장하였다. 또한 재판부는 기억력이나 인지력에 비장애인과 차이가 있는 지적장애인의 특수성과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논문 검토나 의견조회 등을 통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부 일관되지 않을 수 있으나 장애 내용과 특성을 감안하면 신빙성을 가진다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재판은 장애인의 특수성과 성폭력 범죄의 특수성이 진지하게 고려된 재판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재판이 앞으로 있을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 재판의 선례로 남길 바라며, 앞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국가와 광주교육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결과 역시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