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강영수)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을 청구국(미국)에 인도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다. 이날 손정우는 어떠한 추가적 조치도 받지 않은 채 석방되었다.
이와 같은 판결은 사실상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사이트를 운영하며 드러난 것만 22만 여건의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유포 및 거래했음에도 손정우는 고작 1년 6개월의 형을 살았다. 1년 6개월이라는 형으로 손정우는 그가 저지른 대부분의 범죄가 무마되었고, 이미 처벌된 사건들은 추가적인 처벌이 불가하다. 또한, ‘웰컴투비디오’의 이용자 수백명 중 대부분이 한국인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에 대한 수사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대부분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0부는 판단의 이유로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범죄의 악순환적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신병을 확보하여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범죄인 인도제도의 목적이 ‘범죄의 예방과 억제’이지 ‘더 엄중하게 처벌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웰컴투비디오’의 이용자조차도 징역 5년에서 15년의 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가 “결코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진정한 여성폭력 “범죄의 예방과 억제”를 위해 마땅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철저한 수사”를 운운하며 검찰과 다른 재판부에 떠넘기는 행태에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말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를 근절할 능력과 의지가 있기나 한가? 우리는 이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몰이해와 의도적인 가해자 편들기로 일관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검찰과 사법부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확인한 바 있다.
성범죄자에게만 한없이 ‘합리적’이다 못해 온정적인 사법기관의 행태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에게 “나이가 어려서”, “정서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서”, “부양할 가족이 있어서” 턱없이 가벼운 형량을 구형하고 판결했던 검찰과 사법부, 범죄자가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내리기보다 제도의 ‘취지’를 들먹인 재판부의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에 올려준 사람들. 이들 모두 성폭력 가해자가 보호받으며 활개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공모한 공범들이다. 손정우가 석방된 날,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인 안희정은 법무부의 관대함으로 형집행정지를 받아 모친의 빈소를 지켰다. 빈소에는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공직의 이름으로 보낸 조기, 조화와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미투운동을 비롯한 여성들의 외침을 기만하고 성범죄자를 비호함으로써 그의 자리를 건재하게 지켜주는 졸렬한 연대의 현장을 보여준 것이다.
범죄자 손정우에 대한 인도 거절 판결 이후 SNS상에서는 “#사법부도_공범이다” 해시태그 운동이 이어지고 있고, 해당 재판부의 부장판사였던 강영수의 대법관 후보 박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게시된지 하루만에 34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의했다. 이는 성폭력 가해자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국가에서, 여성폭력을 묵과하고 곳곳에서 가해자 남성을 감싸기에 급급한 사회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여성들의 분노와 절규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여성인권활동가들이 ‘#우리는 지쳤다’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는다. 지금의 분노와 절규로 그 우습고도 졸렬한 연대를 부수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00707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
청원 바로가기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Temp/xRbLJB





